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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르름: 차가운 코로나 계절 속 희망을 노래하다

박초이

한겨울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르름: 차가운 코로나 계절 속 희망을 노래하다

    올해는 모두가 여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작년 겨울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일 년이 지난 지금 육대주 전체에서 환자가 발생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범유행’(pandemic: 팬데믹)을 선포했다. 전 인류는 마스크 없이는 외출하지 못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강제적 단절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추운 겨울 날씨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차갑게 할 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산수화 두 작품이 있다. 중국 북송(北宋) 산수화가 이성(李成, 191-967)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한림평야도(寒林平野圖)〉와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이다. 



이성(李成), 〈한림평야도(寒林平野圖)〉, 북송, 비단에 먹, 104.9x152.3cm, 타이베이국립고궁박물원.

    이성은 추운 겨울의 숲과 소나무의 풍경[寒林]을 그렸다. 겨울 숲과 나무는 중국 허베이(河北)의 광활한 평원이 자아내는 특별한 풍경으로 해마다 겨울이 오면 이파리는 모두 떨어지고 빈 가지만 차가운 바람 속에 남아 흔들린다. 의연히 추위를 견디며 서 있는 나무의 장한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로 인해 ‘겨울 풍경’은 문인의 청량한 이상(理想)을 나타내는 데 즐겨 그려졌다. 또한 겨울의 담백한 풍경은 흑(黑)과 백(白)으로 이루어진 수묵화로 나타내기에 적합하며, 헐벗은 나뭇가지가 자아내는 곡선은 필선의 효과를 시험하기에 알맞다. 이성은 뾰족한 붓끝으로 날카롭고 힘차게 솔잎을 그려 한겨울임에도 왕성한 생명력을 표현하였다.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난 이성은 경서와 사서를 섭렵했고, 도량이 넓고 큰 뜻이 있었다. 이성의 절친한 벗은 산수화로 명성을 떨친 그를 조정에 추천하여 큰일을 도모하려 하였으나, 일이 성사되기 전에 죽고 말았다. 권세를 탐하지 않았지만, 의기가 충만했던 이성은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로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한림평야도〉에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변치 않는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를 그리며 절망 대신 희망을 노래하였다. 



김정희(金正喜), 〈세한도(歲寒圖)〉, 1844년, 종이에 먹, 23x69.2cm, 국립중앙박물관

    여기 또 하나의 희망을 전해주는 그림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겨울 지나 봄 오듯 -세한歲寒 평안平安〉 전(展)의 주인공인 김정희의 〈세한도〉이다. 2020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전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4월 4일까지 연장했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92) 선생이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세한도〉를 기증한 후 국민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경주 명문가 출신 김정희는 55세 때 누명을 쓰고 제주도 자택감금형에 처했다. 제주도 유배 기간은 1840년부터 1848년까지 9년간이었고, 〈세한도〉는 1844년에 그려졌으니 터널의 중간 지점, 가장 어두운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차가운 세월을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의 뜻과 통하는 지점이다. 제자 이상적은 스승이 권세를 잃어버린 유배자 처지에 놓였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경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보내주며 스승을 위로하였다. 김정희는 〈세한도〉를 그려 고마운 제자에게 마음을 표현하였다. 이상적의 마음이 더욱 빛나는 것은 김정희가 인생의 겨울과 같은 혹독한 시절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발(題跋: 그림의 유래나 감상 ∙ 비평 ∙ 찬사 등을 적은 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성인(공자)께서 특별히 추위가 닥친 후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칭찬하신 것은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니 추운 계절이라는 그 시기에 특별히 느끼신 것이 있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정희가 〈세한도〉에서 극도로 절제한 먹으로 그린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변치 않는 마음을 드러내며 꼿꼿하게 서 있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꿋꿋한 절개와 의지는 이성의 〈한림평야도〉에 나오는 소나무가 상징하는 바와 맞닿는다. 두 작품은 모두 추운 겨울이 주는 오랜 고독과 좌절 한복판을 그렸지만,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라는 점이 큰 울림을 준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봄이 기다려지는 해다. 


[참고문헌]
천관시, 『중국산수화사 1』, 심포니, 2014
이림찬, 『중국미술사』, 다빈치, 2017

박초이 phyche2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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